시사포인트 토론 1편
학력은 차별일까?
기타
당신은 학력에 의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우리 사회엔 학력으로 인한 차별 대우를 느끼는 사례가 잦다. 기업에서 노동자를 채용할 때 출신 대학을 우선시하는 것이 그 예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시민단체 ‘교육의봄’ 이 국민 1,003명 대상으로 진행한 ‘출신학교 및 학력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우리나라가 출신학교, 학력에 의한 차별이 심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 또한, 이 글을 읽게 될 독자 또한 무의식적으로 학력 차별에 동조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높은 대학교에 간 사람은 남들보다 더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 사회에 스며들어 존재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당연해진 학력 차별, 과연 괜찮을까? 이것은 불합리한 관습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정당한 보상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학생들의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학력은 과연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있을까? 학력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인가, 아니면 환경의 결과물에 의한 부당한 불이익인가. 학생기자단 박세진, 정서윤, 김현지 기자와 해룡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영서, 조주홍이 찬성의 입장, 정가연 학생이 반대의 입장에서 함께 토론을 해보았다.
먼저 본론에 앞서 정가연 학생은 토론 주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합리적인 차별’ 이 존재할까?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성평등가족부 ‘어린이’에 따르면, 서로 같지 않고 다른 것을 ‘차이’라고 하며 편견에 따라 차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차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차별’이라고 한다. 즉, 차별은 단순히 서로 다른 특성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이유로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한편 ‘합리적’이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이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는 말의 ‘도리’와 같은 의미로, 사람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하는 바른 길을 말한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차별’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차별은 과연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가?
물론 현실 사회에는 특정한 기준, 또는 자신만의 주관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며 우위를 가리는 일이 만연하게 일어난다. 이는 실질적인 이익과 불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이 이루어지는 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자 하는 말은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차별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력이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조주홍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높은 학력, 성적을 얻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꾸준한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과제를 수행하며 많은 시간을 학업 성취를 위해 투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수학적 성취 뿐 아니라 자기 주도성, 성실성, 책임감과 협동심같은 인간성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성적, 생활기록부 최종적으로는 학력 취득을 통해 객관적 지표로 남는다. 학력은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향한 꾸준한 노력과 개인의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단순 시험 성적이 아니라, 개인이 일정한 목표를 위해 얼마나 꾸준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높은 학력일수록, 어려운 교육과정을 끝까지 이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개인의 인내력과 책임감,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학력을 평가 기준의 하나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차등 대우를 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우리 사회의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학력은 개인이 학습해온 지식,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이다. 앞서 말했듯 학력은 단순 교과서 공부를 통한 시험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대학 입시, 취업 시장과 같이 많은 사람들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선 고등학교 내신 성적, 출신 대학교, 학과와 같은 학력이 가장 객관적이고 공평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항상 제한된 자원을 빠른 시간 안에 분배해야 하며, 효율을 추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학력만큼 비용 대비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수단이 현실적으로 부재한다.
또한 김영서 학생은 개인의 노력을 통해 일궈낸 결과물에 대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학력은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력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융합해 만들어낸 일종의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학력에 따른 차별 대우가 불합리한 것이라 말하면서도, 좋은 학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원해서 공부하는 학생은 정말로 얼마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좋은 학력이 편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는다. 이것은 결국 우리 모두 학력이 차등 대우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에 순응한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개인이 거대한 사회 구조 앞에서는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과연 현재 사회가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모두 공정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근본적 의문이 떠올랐다. 학력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오로지 선천적인 능력과 후천적인 노력만이 작용하는가?
우리 사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력은 재능과 노력 이외에도 경제적 환경, 지역 격차, 가정환경 등의 외부 요인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분야 양극화 지수 산출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생의 학업성취역량 불균등배분 지수는 177.7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 소득 수준에 따른 자녀의 학업성취역량 격차가 매우 커졌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강의 수강을 위해선 평균적으로 연간 50-60만원 정도의 금액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만큼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은 존재할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학생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런 학생들과 학군지에서 한 달에 몇백 만원씩 학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출발선 자체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지역별 학업 성취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육부의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 기준 대도시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서 읍면 지역보다 ‘보통 이상’의 비율이 높았다. 또한 하위권 학생들에게서도 지역 간 격차가 두드러지는 건 마찬가지이다. 국어 기초학력 미달인 중3 학생은 대도시에선 8.2%, 읍면 지역에선 13.8% 정도로 지역 규모에 따른 학업 성취도의 차이가 확실히 나타난다.
이처럼 학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재능과 노력 뿐이 아니다. 경제적 환경, 지역 여건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재능과 노력의 발현을 가로막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가연 학생은 앞서 언급한 교육 불평등으로 인해 노력으로 채울 수 없는 교육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그러므로 학력은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하위 계층의 일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7.1%으로 82.3%인 경제적 상위 계층에 비해 확연하게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수학능력시험 상위 10% 점수를 받은 비중도 경제적 상위 계층(21.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3%를 보이며, 서울 소재 대학교(인서울)에 진학한 비중도 경제적 하위 계층은 16.1%이지만 경제적 상위 계층은 약 3배 높은 42.8%에 달한다. 이처럼 경제적 여건이나 교육 환경과 같은 사회적 조건이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선천적으로 더 유리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은 더 좋은 학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한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학력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사람을 평가, 판단하거나 나아가 차등 대우를 하는 기준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정가연 학생은 학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력이 사회 관념적으로 요구되는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충분하지 않거나 낮은 사람들이 학력 이외에 다른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운동선수, 아이돌 등이 있다. 야구선수의 경우 학력이 아니라 야구 실력 자체가 직업 활동의 핵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바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더 뛰어난 선수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로 학력이 아닌 노래 실력, 춤 실력과 같은 예술적 능력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이러한 예체능 분야 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무직의 경우에서도 학력은 창의성, 공감 능력, 적응력 등과 같은 요소를 증명하지 못한다. 이처럼 개인이 발휘하는 능력은 매우 다양하며, 학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일이다. 따라서 학력은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없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사회는 복잡하고, 아직 갓 18살인 학생들의 시선에선 공감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차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쉽게 판단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었다. 학력은 개인의 노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는 환경의 벽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학력을 정당한 보상의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누군가의 가능성을 학력이라는 가위로 재단하지 않게 경계하고, 늘 우리의 행동과 언행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은 학력이 합리적인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에게 학력은 어떤 의미인가. 결정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