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함께하는 대학 및 학과 소개
과학중점고등학교에서 KAIST까지
기타


수험생으로서 치열하게 공부하다보면 문득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대학교는 어떤 곳일까?’, ‘내가 지금 하는 이 노력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학잠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하죠.
우리에겐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는지, 그 치열함 끝에 기다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미리 엿볼 수만 있다면, 지금의 힘든 과정도 꿈을 향한 열정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공부에 대한 고민부터 대학생활의 로망인 연애와 MT 이야기까지, 가본 자들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과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과 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25학번으로 진학하신 해룡고등학교 졸업생 이정희 선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PART 1: 카이스트라는 꿈
카이스트 전경 - KAIST 대전 본원 전경 2017년 4월 24일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2
마민재: 카이스트에 합격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혹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그때 어떤 마음으로 밤에 잠에 들었던 것 같나요
이정희: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심정은…매우 복잡하더라고. 붙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한편,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결국에는 합격 발표 일주일 전부터 카이스트 방향으로 절을 한 번씩 하고 잘 정도로 그냥 간절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합격했다고 했을 때는 울고 눈물이 나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아 됐다” 그냥 이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남은 입시는 끝까지 잘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했지.목표를 이뤘다는 사실에 그냥 좋았던 것 같아.
마민재: 처음부터 카이스트를 희망하셨다고 들었어요. 또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비롯한 많은 곳에 합격하셨는데 카이스트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다른 대학이 아니라 카이스트여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이정희: 당시에 내가 카이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관련 연구진이나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을 가고 싶어서였어. 일단 카이스트는 뇌과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가 뇌인지과학과, 바이오뇌공학과로 두 개나 있고 이를 전공하신 교수님들이 많아. 반면 서울대학교는 대학 과정에서 해당 전공은 존재하지 않고 자연과학대학 소속의 대학원인 뇌인지과학과가 있다는 차이점이 카이스트를 선택한 이유야. 그래서 카이스트는 어떤 분야의 과학이든 이에 대해 제약 없이, 깊게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곳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공계 계열 진로, 특히 연구자의 길을 희망하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서울대학교에 비해서도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라고 생각해.
마민재: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를 희망하셨다면 생명공학과나 생명 관련 학과들만 쓰셨을 것 같은데 연세대학교 수학과까지도 쓰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정희: 연세대학교 수학과는 그냥 가장 안정적이었고 수학이 좋아서 지원했어. 다른 거 다 떨어지면 수학이나 전공해보려고 했어. 수학을 진짜 좋아했던 것도 있고 인생에서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열어두는 가능성도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잖아.
PART 2: 뇌과학자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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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on a chip 관련 https://www.bbc.com/news/technology-66465230
마민재: 학창 시절 진로 희망이 뇌과학자였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카이스트 자기소개서에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 속에 구현할 수 없는가?를 적을 정도로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나요?
이정희: 그때 뇌과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소설에서 본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 그래서 나도 뇌인지과학과나 바이오뇌공학과를 전공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물리학으로 그 생각이 바뀐 것 같아. 고등학교 때에는 물리학이 내신 기간에는 열심히 했지만 이걸 더 깊게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었어. 그런데 카이스트에 와서 물리학을 배우면서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중에서도 전자기학이 가장 재미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인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 칩에 구현한다는 주제와도 연관되어 있어서 적성에 맞고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전기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찾은 거야. 그리고 뇌과학을 복수전공하여 Brain-On-A-Chip* 같은 기술들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
마민재: 선배님은 ALC*가 궁금하여 KENTECH을 직접 견학하고 다양한 활동과 질문의 대명사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선배님의 ‘왜?’라는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ALC
https://www.kentech.ac.kr/submenu.do?menuurl=Qz8tS528RQQrNKvw%2FhODmw%3D%3D&
이정희: 우선 그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왜? 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가까웠던 것 같아. 내가 KENTECH 입시 설명회를 들었을 때 ALC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떻게 교실 환경을 바꾸는 것 만으로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증진시킨다는거지? 가 궁금해서 여러 가지를 찾아 보다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 같고 흥미로워서 우리 교실도 ALC로 만들어보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된 듯 해.
마민재: 그러한 호기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정희: 이러한 호기심이나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하면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의 지루한 일상?이라고 할 것 같아. 3년 동안 수험생으로 살면서 공부만 할 수는 없고 또 공부만 한다고 대학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공부하기 싫을 때 하고 싶었던 활동,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굉장히 유익한, 꼭 필요한 쉬는시간이라고 생각해.
마민재: 고등학생 시절, 카이스트에서 주관하는 PRE-URP*에 참여해 연구를 수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생으로서 그와 같은 전문적인 연구 환경을 접해볼 기회는 흔치 않을텐데, 혹시 그러한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정희: 나는 PRE-URP에서 대뇌 오가노이드* 관련해서 열흘 간 카이스트 랩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했었어. 그런 실험들은 대학교 1학년 까지도 개별 연구를 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거든. 당연하게도 고등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내 경험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어. 그리고 내가 카이스트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내 입시에도 많은 결과를 미친 것 같아. 왜냐하면 카이스트 입학 사정관들은 창글리*나 PRE-URP에 참여한 학생들의 명단을 다 가지고 있거든. 그런 부분에서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나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자 스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민재: 이 경험을 통해서 뇌과학자라는 꿈이 더 구체화되신건가요? 진로 선택에는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이정희: 나도 뇌과학을 희망하고 있었으니까 이 경험을 통해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어. 근데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걸 평생 하고 할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 지금의 내 적성이랑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수시 원서를 쓸때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연세대학교 수학과, 포스텍 이렇게 쓰고 생명과학과는 결국 한 곳도 안 썼어. 내가 연구자의 길이 맞는지, 연구자가 꿈이라면 어떤 분야의 연구에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로서도 의미가 있을 거야.
PART 3: 대학 공부
마민재: 입시를 위한 공부처럼 느껴지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면 어떤 배움으로 남아 있나요? 고등학교 시절의 공부는 선배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혹시 가장 기억남거나 이 수업만큼은 들었으면 좋겠다는 과목이 있을까요?
이정희: 국영수 과목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능력들을 길러주는 과목이라서 입시만을 위한 공부라고 느끼지는 않았어. 특히 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꼭 필요한 배움이라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 가장 기억남는 과목은 세계문제와 미래 사회(이하 세문미사)야. 김누리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셨는데 원래 나는 세계문제나 글로벌 난제 이런 거를 접할 기회가 잘 없었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지식이 부족했었는데 이 수업을 듣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좀 더 교양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뉴스를 보면 ‘그때 배웠던 건데 아직도 이렇구나’라고 느끼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것 같아.
마민재: 그렇다면 대학에서의 공부는 어떤가요? 고등학교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정희: 솔직히,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 단지 굉장히 자유롭다는거지. 공부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말리거나 시키는 사람은 없지만 그만큼 내가 결과에 대해서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 대학에서도 똑같이 시험을 보고 성적을 매겨, 그런데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절대평가로 진행되지.
마민재: 그래도 대학 시험는 고등학교에서의 내신 시험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요?
이정희: 우선 과목별 수강 인원에 따라 성취도 분포나 추세가 달라지는 것 같아. 미적분이나 물리학은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이다보니 모의고사처럼 자기 실력대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에 비해 인원수가 적은 화학이나 생물학은 고등학교 내신 과목처럼 교수님이 가르치신 거에서 딱 그것만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어. 그래서 그런 과목들 같은 경우에는 일반고 학생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레포트 쓰기는 일반고 학생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
마민재: 선배님은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으로서 대학과정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점을 받으셨습니다. 저였다면 어쩌면 미리 학습을 하고 온 과학고, 영재고 학생들과 시험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선배님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셨나요?
이정희: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은 대학교 1학년 과목까지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와. 이때 AP*를 받았다면 대학교때 이수할 필요가 없고 그 학점이 인정돼. 그래서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다만 AP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나 AP를 받지 못해서 재수강하는 학생도 있어서 일반고 출신으로서는 열심히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해. 수업 열심히 듣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필수야!!
마민재: 일반고 출신으로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한 점은 없으셨나요? 카이스트는 출신 전형별로 모임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합격하신 전형인 학교장추천전형도 원티드라는 모임이 있는 걸로 들었고요.
이정희: 일반고 출신이지만 그런 모임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일단 그런 모임이 있는 이유는 친목도 이유이지만 선배들이 없다 보니까 족보 같은 것도 없어서 그런 걸 공유하면서 적응을 돕는 것도 있어. 나는 학교장 추천 전형 친구들의 모임인 원티드에서 입학하기 전에 몇 번의 정모를 가지면서 친해지고 학습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 이번 신입 원티드 카톡방에도 엑스맨으로 들어가 있고. 학교장 추천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으로 입학한 비영과고 출신들의 모임인 ‘정주행’도 있어. 원티드랑도 일반고 합동 워크샵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 또 카이스트는 반이랑 기숙사 배정을 할 때 무작위로 하지 않고 출신 고교나 지역, 반이나 방의 분위기,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서 배정하는 새내기 학부 팀이 있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
마민재: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어느 정도의 영어 역량이 필요한가요?*
(주석-카이스트의 영어 토플능력 검증 프로그램 소개)
이정희: 기본적으로 모든 과목의 수업과 시험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니까 영어 실력은 필수! 수학 과학은 특목고 학생들이 잘해도 영어는 일반고 학생들이 잘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과학고,영재고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수학, 과학 점수로 올 수 있지만 일반고에서 영어를 못하면 카이스트에 못 오기 때문? 인것 같아. 영어로 수업한다고 해서 겁먹을 건 없고 교수님들도 원어민이 아니시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식 발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빠르기로 말하셔. 영어 어휘력만 뒷받쳐주고 문장 구조의 5형식 정도만 알아도 따라갈 수 있어.
마민재: 그러면 혹시 교수님들도 한국인이시다보니까 수업하시다가 중간에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있나요?
이정희: 아니, ㅎㅎ 그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 프로페셔널한 분들이라. 사실 그분들은 영어가 더 편한 것 같아. 하다 보면 익숙해져. 예를 들면 ‘비례한다’도 proportional to 같이 영어로 더 많이 쓰게 돼.
마민재: (슬픈 웃음) 하하…대학 가서도 놀기는 글렀군요. 영어 공부부터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혹시 카이스트의 교육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정희: 카이스트의 특징이 1학년은 새내기학부 과정이라고 해서 무전공으로 입학하고 과학의 모든 기초 과목을 배워. 그래서 너가 만약에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해도 물리학이나 미적분학을 깊게 배우는거야. 그리고 1년의 새내기학부(무학과)* 과정이 끝나면 전공을 선택해. 그런데 이때 전공별로 모집 정원이 없어서 전공별로 선배들이 진짜로 홍보를 열심히 하셔. 그래서 전기전자공학부나 전산학부 같은 대형학과는 100명이 넘고 물리학과나 수학과 같은 중형학과들은 30~40명 정도,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같은 소형학과는 한 자리수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돼.
PART 4: 대학 생활
(사진 6)
마민재: 이제부터가 어쩌면 학생들이 진짜로 묻고 싶은, 궁금해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우선 카이스트의 학생 문화는 어떤가요?
이정희: 굉장히 자유로워. 뭐 다들 대학생활하면 자유로운 분위기를 생각하겠지만 카이스트는 더 특별하게 학생들만의 자율적인 문화가 있고 우리가 만든 규칙이 아닌 한 제약이 없는 것 같아. 학생들이 연구를 하다가 방을 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른 대학들과 다르게 통금이 없고 창업활동이나 교환학생도 활발하게 지원해주는 것 같아. 또 자체단체가 잘 활성화되어있어서 학생 자치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아. 고등학교와 다르다고 느낀게 고등학생 때는 학생회가 있어도 선생님들의 결정이 기준이나 틀이 된다고 하면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이 다 관리, 결정하고 선생님들에게는 협조만 구하는 식이야. 이런 게 진짜 학생자치니까. 그래서 신입생 환영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자치단체도 있고 과잠(학잠)을 구매하고 배부하는 자치단체, 축제를 준비하고 연예인 섭외까지 담당하는 단체도 있어. 나는 학생문화공간위원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학생회관을 관리하는 곳이야. 학생회관에는 피아노실, 개인 연습실, 합주실, 컨퍼런스나 회의를 할 수 있는 방 같은 공간이 여러 개가 있어. 우리는 그 공간들에서의 이용 수칙을 정하고 예약 신청을 받아서 대여하는 역할을 해. 특히 ‘조수미홀’ 같은 공연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은 해당 기간에 예약 경쟁이 치열해서 어떻게 더 공정하게 시간을 나누어 모두가 쓸 수 있을까를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며 해결하려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느꼈어.
마민재: 들어보니 학생자치 활동만으로도 바쁘실 것 같은데 혹시 동아리 활동도 하시나요?
이정희: 동아리들도 종류별로 되게 다양하게 많아서 좋아. 고등학교의 동아리는 주로 입시 활동을 만들기 위한 학술 동아리들이잖아. 카이스트에서는 클라이밍 동아리, 칵테일 동아리 같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다 해볼 수 있어. 특히 1학년때는 학과가 없으니까 동아리가 친목과 인맥의 주축이 될 정도로 중요해.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가장 많이 시간 보내고, 놀고, 공부하면서 친해지는 것 같아. 나는 피아노 동아리 ‘피아스트’에서 임원진으로 활동하고 있어. 요즘은 동아리 박람회*에서 신입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 부스를 준비하고 있어. (동아리 박람회는 카이스트에 입학하면 새내기 OT 바로 다음날부터 적응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 동아리활동이 학교생활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마지막날에 다양한 동아리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행사야.)
마민재: (웃음) 예나 지금이나 바쁘게 지내시는 건 여전한 것 같네요.
이정희: 맞아, 대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나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여러 단체들에서 활동해보는 걸 추천해. 나도 동아리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지원한거지만 자치단체는 친해지고 싶은 선배가 있어서 지원한거야.
마민재: 카이스트에 대해 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요. 봄에 딸기파티라는 것을 하더라고요.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행사인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어떤 이벤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사진 7)
이정희: 딸기파티때는 벚꽃 기간에 하는데 운동장에 않아서 배달음식이랑 딸기랑 막걸리랑 먹으면서 노는 하루야. 일단 돗자리 깔고 벚꽃 보면서 피크닉하면 낭만이 넘치고 또 그때가 학기 초라 동아리 사람들이나 동기들과 엄청 친해지기는 전이라 그때 밥먹고 이야기하면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아. 내 친구도 그때가 연애의 계기가 되었고. 또 카이스트는 2월에 개학을 하다 보니 그때즈음이면 급식에 익숙해진단 말이야. 그때 다같이 기분전환하는 겸 맛있는 거 시켜먹어.
마민재: 벚꽃 핀 운동장에서 친구, 술과 함께하는 피크닉이라…저도 빨리 대학을 가야겠습니다. 혹시 카이스트 하면 떠오르는 장소나 풍경이 있으신가요?
이정희: 카이스트의 오리 연못이 유명한데 이름이 오리연못인 이유는 위에서 봤을 때 오리처럼 생겨서 그래. 그리고 실제로 오리가 살기도 하고. 거위도 살아. 그런데 오리는 귀여운데 거위는 내가 쳐다보고 있으면 고라니 같은 소리를 내고 푸드덕거리면서 쫓아와서 무서운 것 같아. 거위가 그렇게 사나울 줄은 몰랐어.
마민재: 1년 동안의 추억 중 기억남는 순간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정희: 카이스트에 오면 여기 사람들이 생각보다 공부에 미쳐 있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공부만 하지는 않는다는거지. 기말고사 기간이었는데 동아리 사람들이랑 시험공부하다가 다들 너무 하기 싫었던 거야. 그래서 자정까지 공부를 하다가 카페에서 나왔는데 마침 우리가 자주 가던 술집이 있더라고. 그때 한 명이 다같이 술집 가서 공부하면 자기가 모든 술값을 내겠다고 해서 가서 술을 마시면서 물리 공부를 한 기억이 있어.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물리가 너무 어려워서 못풀고 답답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다 사라지고 같이 간 친구중에 물리를 잘하는 애한테 물어보면서 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 TMI로 나는 고량주에 토닉 섞어먹는 걸 좋아해.
마민재: 대학은 술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곳인가 봅니다. 저도 그런 추억을 만들고 싶네요. 대학을 가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하루가 MT날 밤일 것 같은데요. 혹시 카이스트에서 경험한 MT의 후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정희: MT는 주로 1박 2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번 다녀와. 그런데 자치단체, 동아리, 반 MT가 다 운영되기 때문에 가고 싶다면. 그리고 갈수만 있다면 1년에 12번까지도 다녀올 수 있어. 그런데 그러면 너무 힘들잖아. 한 번 가면 술 마시고 죽어가지고 다음날 일어나서 학교까지 열심히 와야 하는데 이걸 반복하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다 보니 적당히 가야지. 체력 관리가 중요하단다. 첫 MT는 개학하고 한 달 안에 가고 우리는 대전 옆에 계룡이라는 곳으로 갔어. 또 여름 MT는 보통 멀리 가. 우리는 여름에 동아리에서 부산으로 갔고 바닷가에서 여러 미션들 하면서 재밌는 시간 보낸 것 같아. 지금 가장 가까운 MT로는 다음주에 서울로 MT를 가. 그래서 동아리 부원들이랑 준비하고 있고 나는 술게임으로 뭘 할지 고민하고 있어.
마민재: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질문입니다. 캠퍼스 커플(이하 CC)는 많나요? 과팅 같은 대학교의 연애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정희: 일단 과학기술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많지 않을거라는 건 다들 예상할 수 있겠지? 우리 반만 해도 남자가 30명, 여자가 5명이라 성비는 6대 1 정도야. 그런데 또 밖에 나가면 보이는 게 다 CC 뿐이지. 그래서 모든 단체들이나 동아리의 숙명이 카이스트의 전체 성비보다는 균형잡힌 상태를 지향하는 것 같아. ㅎㅎ 우리 동아리에서도 나 혼자 여자라서. 동아리 박람회에서 신입생들을 잘 데려와봐야지. 미팅은 1학년 때는 학과가 없어서 과팅은 없지만 옆에 있는 학교가 충남대라 남학생들은 주로 충남대랑 많이 하는 듯 해. 나는 내 친구가 주선해줘서 포스텍이랑 4대 4 미팅을 해봤는데 인연이 되지는 않았고 물론 웬만하면 카이스트 내에서 미팅도 나가보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볼 생각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간절하지는 않은 것 같아. 사실 나도 고등학교까지 대학에서의 연애가 로망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사라졌어. 그냥 대학 친구들이랑 놀다 보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
마민재: 흔히들 공대, 그중에서도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학생들은 연구와 공부에 미친 ‘빡센’ 분위기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 다녀보시면서 알게 된 카이스트의 사람들과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정희: 나도 PRE-URP를 다녀왔을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때 본 카이스트의 모습은 공부나 연구에만 진심인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로 와본 뒤에는 놀기에도 진심인,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인 것 같아.
PART 5: 앞으로의 방향, 그리고 마무리
마민재: 대학 졸업 이후, 혹은 대학원까지 포함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가요? 카이스트는 그 계획을 어떻게 지원해준다고 느끼시나요? 10년 뒤 본인은 연구소에 있을 것 같은가요? 아니면 회사에 있을 것 같나요?
이정희: 내가 나로 20년 간 살면서 느낀게 있는데, 나는 공부를 하는 것에 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일반물리학2를 들으면서 이건 재밌고 앞으로 계속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기전자공학과를 선택한거야. 또 만약 공부에 질리더라도 전기전자공학부는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아. 일단 지금은 대학원에 간 다음 연구소에서 Brain-On-A-Chip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고 있어. 또 내가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어서 교환학생까지 다녀오기에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대학원만큼은 MIT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물론 성적 커트라인도 충족해야 하고 개별연구도 엄청 많이 해야하고 또 학부생 시절에 교환학생을 MIT로 간 다음에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서 대학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하고 싶지만 고민중이야.
마민재: 고등학생 시절과 대학생인 현재의 스스로를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다르다면, 달라졌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요?
이정희: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인 건 똑같지만 고등학생 때는 열심히 공부한, 성실한 학생이었고 대학생인 지금은 배움의 깊이를 추구하는 학생인 것 같아. 고등학생 때도 알고 싶은 건 되게 많았는데 사실 국, 영, 수하기도 바쁘잖아. 그래서 미적분이라는 학문은 무엇인지, 물리학은 무엇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궁금증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어. 그런데 대학에 가서는 무척 여유롭고 이런 것을 고민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나 상황이 생겨서 진정한 앎이란 무엇인가? 이런 철학적인 고민들에 대한 답도 찾아가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마민재: 마지막으로 해룡고에서 KAIST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이정희: 만약 당신이 카이스트에 가기를 원한다면 그건 카이스트가 원하는 인재가 당신이어서일수도 있다는 격려를 해주고 싶네요. 돈이나 학력만 보고 가거나 목표로 삼기에는 다른 선택지에 비해 손실이 클 수도 있지만 이곳을 바라볼 만큼의 의지가 있다면 그게 바로 카이스트가 원하는 지식 탐구를 즐기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인재상이겠죠. 그래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눈앞에 있는 입시부터 해결하자고요. 여러분은 할 수 있을거라고 믿고 후배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진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