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길을 찾는 법
우주에서 방향과 좌표는 어떻게 정해질까
과학·기술


우리는 하늘을 위라고 부르고 땅을 아래라고 부른다. 공은 아래로 떨어지고 비는 위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우주로 시선을 넓히면 이 단순한 방향 감각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과연 우주에는 정말 위와 아래가 존재할까.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위와 아래
우주에는 위와 아래가 있을까?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하늘을 위라고 부른다. 공을 놓으면 아래로 떨어지고, 비는 위에서 아래로 내린다. 교실 바닥은 아래에 있고, 천장은 위에 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쩌면 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위와 아래가 없다니, 그게 말이 될까?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에게도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그는 거꾸로 서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똑바로 서 있고, 누가 거꾸로 서 있는 것일까?
지구가 만든 방향감각
이 질문의 실마리는 중력에서 시작된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 법칙을 통해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우리가 느끼는 아래란 사실 지구 중심을 향하는 방향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위와 아래는 우주 전체의 기준이 아니라 지구라는 천체가 만들어낸 국지적인 방향 감각일 뿐이다.
지구를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한다. 그곳에서는 어느 면이든 바닥이 될 수 있다. 몸이 향한 쪽이 곧 아래가 된다. 절대적인 방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향은 관찰자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정해진다.
새로운 관점에서 본 중력
20세기에 들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했다. 질량이 공간을 휘게 만들고, 우리는 그 휘어진 구조를 따라 움직인다. 이 관점에서 보면 떨어진다는 표현조차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시공간이 허락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경로를 따를 뿐이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우주에 절대적인 위와 아래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위치를 정할까? 방향이 없다면 좌표는 어떻게 정해질까?
우주에서 위치를 정하는 방법
우리는 흔히 동서남북, 위아래, 앞뒤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기준들은 모두 지구 자전축과 중력 방향에 묶여 있다. 우주에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천문학자들은 별과 은하를 기준으로 거대한 좌표계를 만든다. 예를 들어, 태양을 중심으로 한 좌표계, 우리 은하를 기준으로 한 좌표계, 혹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기준으로 한 좌표계 등이 사용된다.
태양을 기준으로 한 좌표계는 태양계 안에서 행성이나 소행성의 위치와 운동을 계산할 때 가장 편리하다. 예를 들어 행성의 공전 궤도나 탐사선의 이동 경로를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된다. 우리 은하를 기준으로 한 좌표계는 별이나 성단, 성간 구름처럼 은하 내부의 구조를 연구할 때 유리하다. 별이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어떻게 분포하고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기준으로 한 좌표계는 우주의 전체적인 운동을 다룰 때 사용된다. 우리 은하나 태양계가 우주 전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와 같은 거시적인 운동을 파악할 때 기준이 된다. 이렇듯,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편리한 선택이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우주에 단 하나의 절대 기준점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쉽게 말해, 모두가 똑같이 공유하는 하나의 정답 좌표는 없다는 뜻이다. 20세기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위치에서 관측하든 물리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과 기차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서로 다른 기준에서 세상을 본다. 하지만 공이 떨어지는 모습이나 빛이 움직이는 방식 같은 기본 법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래서 우주에는 “여기가 진짜 중심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정한 기준 안에서만
위치가 정해진다. 결국 위치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인 셈이다.
GPS 역시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여러 인공위성과의 거리 차이를 계산해 자신의 위치를 정한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 위치가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 은하의 후퇴 속도, 빛의 도달 시간 같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위치를 규정한다. 방향이 없는 공간에서도 관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향을 만들어 가는 인간
더 나아가 현재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특별한 중심이 없다. 우주는 모든 방향에서 거의 균일하게 보이며 팽창하고 있다. 특정 지점이 중심이 아니라면, 특정 방향이 위나 아래일 이유도 없다. 모든 방향은 동등하다. 우리는 단지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기준을 정해 세상을 설명할 뿐이다.
결국 우주에는 위와 아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혼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기준을 만들고, 좌표를 설정하고, 관계를 통해 위치를 이해한다. 방향이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하나의 중요한 통찰을 준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어온 많은 기준들이 사실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위와 아래가 있을까? 아마도 답은 이렇다. 우주에는 본래의 위아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기준이 될 뿐이다. 우리는 마치 세계가 처음부터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 방향은 인간이 정한 약속에 가깝다. 별을 바라보고 좌표를 만들고, 그 좌표 위에 우주의 질서를 그려 넣는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비로소 방향을 얻는다. 어떻게 보면 과학이란 완전히 주어진 진리를 단순히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세우고 그 틀 속에서 세계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중심도, 위아래도 없는 우주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기준을 만들고 좌표를 세운다. 그리고 바로 그 좌표 위에서 우리는 길을 찾고, 우주를 이해해 간다. 어쩌면 과학이란, 방향이 없는 우주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만들어 가려는 인간의 가장 집요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