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기억되지 않는 이유

말을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

김진현

9/14/20261 min read

*주석: 영화<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증을 가진 영국 왕 조지 6세(버티)와 비공인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가 서로를 이해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2차 세계대전의 위기 속에서 국왕으로서의 연설을 완수하는 과정을 그린다.

공식적인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가장 두려우면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각종 연설이나, 발표 등에서 말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면 너무 속상한 일이 아닐까?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말을 잘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여러분들을 위해 이 글에서는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말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발음이 좋은 것? 조리 있게 말하는 것? 이런 것들도 중요하긴 하나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그 기준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말을 잘한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전부 지켰음에도 정작 청자가 듣지 않는다면 소용이 있을까? 만약 공식적인 상황에서 말하기의 목적이 정보 전달이라고 하더라도, 정보를 청자에게 전달하려면 궁극적으로 청자가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즉, 청자의 기억에 남는 것이 곧 말을 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유니크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당연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반장선거할 때를 생각해 보면 후보자들이 거의 똑같은 말을 매년 하지 않는가?

“선생님을 도와 열심히 반을 이끌겠습니다.”

“솔선수범하여 청소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식상한 문장들이 과연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모든 후보자가 이런 말을 한다면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진중한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학생들에겐 똑같은 연설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언가를 드러내야 한다. 먼저 반장선거를 예로 들어 유니크함의 예시를 제시해 보겠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똑같은 말을 하는 후보들 중 여러분들이 갑자기 PPT를 이용해 연설을 한다면 어떨까. 확실히 눈에 띄기도 하고, PPT를 잘 만들든 못 만들든 일단 다른 후보자들보다 준비성이 투철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전달한다. 또한 학생들이 핵심 키워드들을 PPT를 통해 눈으로 한 번 보고, 귀로도 한 번 들으며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하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예시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PPT를 무조건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과 차이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PPT가 좋다 하더라도 그다음 선거에서는 이미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평범한 것이 될 수있다. 따라서 한 번 '유니크'했다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에도, 반장 선거뿐만 아니라 말해야 하는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유니크'해질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두 번째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공식적으로 말할 때 청중들이 하품을 한다거나 딴짓을 하는 등 지루해 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여러분이 너무 정보만 전달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아무리 내용이 좋거나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많더라도, 긴 시간 동안 말을 듣고만 있으면 누구나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청중과의 ‘소통’을 해야 한다. 청중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먼저 직접적으로는 질문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고구마에 대해 말하는 상황이라면, “고구마는 구워 먹거나 삶아서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보다 “여러분은 고구마를 구워 먹는 것과 삶아 먹는 것 중 무엇을 더 좋아하시나요?”처럼 청중을 말속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시와 같이 똑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질문을 함으로써 청중들이 한 번 더 집중하고 주제에 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말에 유머 포인트를 넣는 것이다. 유머 포인트가 상호작용과 무슨 관련이 있나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머는 청중과 심리적인 거리를 줄여 주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말이나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발표자에게 집중하게 되고,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예를 들어, 시사 이슈에 대한 발표를 할 때 딱딱하게 정보 전달만 하기보다는 중간중간에 가벼운 농담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섞는다면 어려운 내용이라도 재밌게 듣게 된다. 예를 들어 “난민유입이 유럽 내에서 화두가 되었다” 보다는 “난민유입이 유럽 내에서 뜨거운 감자(중요한 문제이지만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가 되었다”가 더 흥미롭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과도한 농담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유머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청중이 누구인지, 어떤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지 고려하여 미리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청중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질문이나 유머를 생각했더라도, 정작 자신감 없이 말한다면 누구도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것이다. 의기소침한 표정을 짓거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면 청중은 발표자의 말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내용이라도 자신감 있게 말한다면 청중은 그 사람의 말에 더 신뢰를 느끼고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큰 자신감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공식적인 상황에서 긴장하고 실수 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태도로 전달하려는 자세이다. 약간의 실수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면 대부분의 청중은 그 실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 있는 태도가 발표 전체의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자신감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충분한 연습이다. 여러 번의 연습을 통해 내용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줄어들고 말할 때도 훨씬 안정감이 생긴다. 또한 발표할 때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청중을 바라보고 자연스러운 자세로 말하는 것도 자신감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결국 말을 잘한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필자도 처음부터 말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반장선거에서 떨어진 경험, 발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 등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자의 반응’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나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연습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주변에서도 “말을 잘한다”,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을 깨닫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쉽게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니크함을 고민하고, 청중과 상호작용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말하기 실력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앞으로 발표나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두려워하기보다 이러한 방법들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말해보기를 바란다.